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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4 (금)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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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그림책 그리고 그림책 작가 - 문승연




어린이와 그림책 그리고 그림책 작가


그림동화, 참 아름다운 세상 
강의-문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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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아 기르거나 어린이 집 등에서 아이들과의 활동은 그림책 작가에게 좋은 경험이 되지만 생활 속에서 어린이를 접하는 것만큼 필요한 것이 좋은 그림책이나 동화 속에 어린이를 발견하는 일입니다. 어머니나 유치원 교사와 그림책 작가는 다릅니다. 그림책을 만든다는 것은 의식적인 행위입니다. 어떻게 어른인 작가가 어린이의 지지를 받고 동지가 되는지 좋은 작품들은 말해주고 있습니다. 작가가 어린이를 유혹하거나 말을 거는 방식, 어린이의 긴장과 흥미를 유지시키는 방법, 어린이를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 플롯을 짜 나가는 작가마다의 개성 등등을 따지면서 그림책과 동화책을 분석적으로 보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림책 작가가 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문승연 | 돌베게어린이


매체에 따른 독자의 기대와 반응

'그림책을 하려면 어린이를 알아야 하나요?' 그림책 작가를 지망하는 많은 사람들이 묻는 질문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당연히 어린이를 알아야 한다고 대답합니다. 그런데 제가 대답할 때 떠올리는 것과 질문한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어린이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내용을 점검하지 않는다면 이런 대화는 무의미할뿐더러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지금 그림책이라는 용어는 매우 광범위하고 애매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야기 그림책, 옛 이야기 그림책, 과학그림책, 정보그림책, 생태그림책, 시그림책, 동시 그림책, 도감 그림책, 수학 그림책, 정서 발달을 위한 그림책...
그림의 비중이 높기만 하다면 모두 그림책을 뒤에 붙여 그림책이라 부릅니다. 유아들을 위한 책에는 그림이 들어가야 한다는 통념이 그림책의 수를 불려좋기도 했습니다. 책의 종수는 늘어났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림책은 여전히 주로 상업적인 의도나 계몽적인 목적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그림책의 상업주의와 계몽주의는 아주 다른 동인과 역사를 지니고 있으나 둘다 어린이의 직접적인 요구와 작가의 창의적인 예술 욕구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주목할만한 우리나라 단행본 그림책은 몇 권 나오지 못했지만 번역서와 전집물과 학습물까지 포함하면 그림책은 엄청나게 많이 발행되고 있습니다. 이 많은 양의 그림책을 뭉뚱그려 그림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즉 자기 안에 뚜렷한 그림책 상이 없는 경우에는 그림책에서 어린이를 알아야 한다는 말을 판매부수와 직결되는 문제로 보거나 어린이가 무언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을 넣으라는 말로 오해하게 됩니다. 이런 오해의 원인을 제공한 출판사도 잘못이 크지만 출판사를 비난하는 것으로 책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작가들의 태도도 옳지 않습니다. 자기 작품을 통해 자기독자를 확보라려는 노력이 작가들에게 필요합니다.
어린이는 그림책 역사에서 중심 독자의 자리를 지켜왔고 그림책이 독립적인 장르로 성립하는데 가장 중요한 조건들은 만들게 했습니다. 어떤 매체의 특별한 표현 방식은 보는 사람의 기대와 의미 있는 반응을 염두에 두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2003년 10월 7일 흐림' 이라는 문장이 있다고 합시다. 같은 문장이 신문, 소설, 광고에 쓰여 있을때 우리는 같은 글자를 읽지만 똑같이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읽는 사람은 전후의 맥락과 매체의 종류에 따라 다른 정보를 기대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같은 사과 그림이라도 사과 쨈 광고에 나왔을 때와 그림책에 쓰였을 때와 전시장 액자 속에 걸려 있을 때 보는 사람은 동일한 사과를 보는것이 아닙니다.
그림책이 주어졌을 때 보는 사람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과 추측할 수 있는 것을 동원하여 자기가 책장을 넘기며 보고 읽는 모든 것을 의미 있게 조직하려고 합니다. 특정한 독자를 설정하고 가정해야만 하는 작가는 자기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갈지 어느 만큼을 드러내고 어느 만큼을 감춰야 할지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특정한 매체의 특유한 표현 방법이라는 것은 보는 사람의 기대와 의미 있는 반응을 세심하게 예측하여 시험에 나가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입니다. 그림책이 이렇게 간략하고 명쾌하게 세상의 진리를 담아내게 된 것도 그림책이 모든 그림의 스타일을 편견없이 수용할 수 있게 된것도 어린이를 독자로 하기 때문입니다. 어린 독자와 함께 그림책의 가능성이 확장되어 왔습니다. 그 가능성들은 주로 픽션에서 실험되었고 그림책 독자들도 픽션을 가장 원하기 때문에 오늘 제가 말하는 그림책은 이야기 그림책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그림책에서 그림의 소통 방식

그림책 속의 그림은 이야기나 정보를 전달하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자는 그림책 매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이야기나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서 책장을 넘깁니다. 전통적으로 회화에서 기대하는 미적 쾌감을 위해서만 그림을 보지 않습니다. 이야기와 그림을 분리해서 보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림책 그림은 감각적인 쾌감이 아니라 이야기를 확정하거나 구체화하거나 변화시키거나 돕거나 방해하는 등의 역할로서 의미를 가집니다. 다른 시각매체 특히 회화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통됩니다. 이러한 그림책의 소통방식은 그림을 따로떼어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화가나 어른들에게는 낯선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그림책은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통해 전개되며 사회적 코드나 개인적 코드를 동원해서 읽을 수 있게 그려집니다. 글이 없는 그림책의 경우에도 감각적이고 순간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경과하면서 시각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읽을 수 없는 모호한 그림이나 의도가 불명확한 그림을 그려 놓고 독자가 다양하게 해석해주리라고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예를 들면, 주인공이 화면 중앙에 있는 장면을 보면 독자는 주인공에게 주목합니다. 주인공이 가장자리에 뒷모습으로 서있고 화면 중앙에 다른것이 있으면 독자는 주인공의 행동이 아니라 주인공이 보고 있는 상황에 주목하여 전체 이야기를 연결시켜 나갑니다. 주인공의 행동에 주목해야 하는 장면에서 주인공을 가장자리에 배치하고 배경에 묻히게 처리한다면 이야기를 혼란스럽게 만들 뿐입닏. 해석의 다양성은 책장과 책장 사이의 공백과 작가가 표면에 드러낸 것과 표현하지 않은 것 사이의 긴장 등 그림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백에서 발생합니다.


그림책에 사용되는 그림의 스타일

그림의 스타일 또한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환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개성적 스타일도 과거 그림의 양식이나 다른 매체에서 수집된 스타일도 의미의 원천으로 활용되는 것입니다. 어린이에게 맞는 그림의 스타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에 대한 일정한 관례를 먼저 염두에 두고 불필요한 장식들을 나열하거나 이유없이 꽃, 나무, 풀 등 서양 전원을 연상시키는 요소를 배치하거나 머리가 크고 귀여운 유형화 된 인물을 그리는 것은 잘못입니다. 어린이가 귀여운 것을 좋아한다거나 어린이에게는 곱고 좋은 것만 보여주겠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이런 표현들은 어린이에 대한 어른의 막연하고 낭만적인 관념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념적 표현의 반대편에 직접 눈으로 본 것과 흡사하게 묘사된 사실적이고 세밀한 그림이 가장 진실한 그림이라는 생각도 있습니다. 사실적인 표현은 앞서의 관례적 표현에 비하면 독자가 공감할 요소가 많습니다. 한국의 그림책 역사를 돌아볼 때 사실주의적인 그림은 그림의 스타일을 내용에 맞게 구축하려 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시도였습니다. 그러나 사실적인 그림이 그림책의 리얼리티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글미책이란 그림책 안에 표현된 세계가 충분히 믿을만하여 그 세계 속에 독자가 들어가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시세계이 정확한 재현과 그림책의 리얼리티와는 본질적으로 관계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많은 스타일을 편견없이 흡수하고 이해하려고 합니다. 어떤 스타일이 어떤 스타일에 비해 우위를 가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이들이 그림을 읽어내는 능력과 잠재력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요즘 젊은 작가지망생들 중에는 개성적 그림 표현에 집착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기존 미술계가 보여주는 새로운 것에 대한 강박이 그림책 글미을 그릴때 그대로 연장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입니다. 특히 원초적 고독이나 소통 부재라는 현대적 테마에 관심을 갖고 사건보다는 우울한 분위기 연출에 주력하는 경우 모호하고 상투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큽니다. 골방에 갇혀 우울하게 앉아있는 아이의 표현만으로는 어떤 시대릐 우울고 고발하거나 극복할 수 없으며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지 못합니다. 그림책 그림에서 작가의 개성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림책 속의 어린이

그림책 작가를 지망하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당면한 문제는 이야기를 창조하는 기본적인 훈련을 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언어적인 이야기든 시각적인 이야기든 이야기로 자신의 표현을 구축해 본 경험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인물을 창조해 놓고도 자신이 창조한 주인공을 잘 알지 못하고 자신과 혼동해 버리거나 이야기를 마무리 하지 못합니다. 이야기를 구축하는 기본적인 안내는 문학 이론서들에 무수히 나와 있습니다. 문학은 회화만큼이나 그림책과 다르지만 언어적인 것과 연결하지 않고는 그림책이 진전해 갈 수 없습니다.
그림책을 하겠다는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좋아하는 그림책의 이유를 물으면 십중팔구는 그림이 좋아서라고 대답합니다. 앞서 그림책은 그림만으로는 평가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림책을 놓아하는 독자로 글미책을 접할 수 밖에 없겠지만 차츰 작가의 입장에서 그림책을 면밀하게 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어린이 문학에서 명작어로 꼽히는 동화도 틈틈이 읽어야 합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거나 어린이 집등에서 아이들과의 활동은 그림책 작가에게 좋은 경험이 되지만 생활 속에서 어린이를 접하는 것만큼 필요한 것이 좋은 그림책이나 동화 속에 어린이를 발견하는 일입니다. 어머니나 유치원 교사와 그림책 작가는 다릅니다. 그림책을 만든다는 것은 의식적인 행위입니다. 어떻게 어른인 작각가 어린이의 지지를 받고 동지가 되는지 좋은 작품들은 말해주고 있습니다. 작가가 어린이를 유혹하거나 말을 거는 방식, 어린이의 긴장고 흥미를 유지시키는 방법, 어린이를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 플롯을 짜 나가는 작가마다의 개성 등등을 따지면서 그림책과 동화책을 분석적으로 보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림책 작가가 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어떤 그림책은 책장을 넘기면서 강력한 리듬이 느껴집니다. 이 리듬은 반복이나 가고 멈추는 호흡에서 생깁니다. 반복이나 호홉이 회형적으로만 짜여져 있을 때 그림책답게 완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독자는 별 재미를 느낄 수 없습니다. 작가가 머무르기를 원하는 지점에서 독자가 머문다는 것은 독자 내명의 어딘가와 닿아 독자가 기꺼이 그렇게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독자 스스로도 일상에서는 잘 의식하지 못하는 내면과 호응할 수 있을 때 리듬은 생생하게 살아나게 합니다.


어린이와 그림책 작가

성공적인 그림책의 결과만을 보고 그림책이 모든 연령이나 문화를 초월해서 즐길 수 있으며 작가가 독자를 의식하지 않고 작업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은 앞뒤를 바꿔 생각하는 것입니다. 외국의 유명한 글미책 작가 중에 어린이를 으식하지 않고 작업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 이 말을 그의 휴머니티와 예술이 진정한 경지에 도달했다고 해석하지 않고 작가란 다른 사람이나 자기 독자에게 관심이 없어도 된다는 말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돈을 벌고 싶은 어른들과, 어린이를 교육하고 계몽해야하는 미숙한 존재로 생각하는 어른들 속에 또 어떤 어른으로 그림책 작가가 서 있습니다. 그림책 작가도 얼느이며 마음속에 어린이를 갖고 있다고 해도 어린이가 될 수는 없습니다. 어른과 어린이의 욕구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을 대면할 때 그림책 작가가 어떤 어른으로 누구의 편에 서서 어떻게 발언해야 하는지는 각자가 결정할 일입니다. 그 결정은 작품 속에 그대로 드러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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