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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9 (화) 05:57
이철환작가와 유기훈 작가를 만나다.(그림책상상)

이철환작가와 유기훈 작가를 만나다.


 
《연탄길》의 이철환 작가가 2007년부터 《송이의 노란 우산》, 《낙타 할
아버지는 어디로 갔을까》, 《아버지의 자전거》, 《아빠의 우산》 네 권
의 창작 그림책을 유기훈 작가와 만들어냈다. 흥미로운 것은 네 권 모
두 두 작가가 의기투합해서 만들었고, 출판사에게 출간을 제안했다는
점이다. 유명 문인과 일러스트레이터가 만나 그림책을 같이 짓기란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니다. 하지만 그림책을 짓는 입장에서는 왠지 반가운 소
식이 아닐 수 없었다.(진행: 김수정 그림책상상 편집장)
Writer & Illustrator
이철환 작가와
유기훈 작가를 만나다
영어제목
김: 두 분은 어떻게 처음으로 그림책을 만들게 되었나요?
이: 저는 어려서부터 화가를 꿈꿨습니다. 어제도 그림 보다가
새벽 4시에 잤을 정도로 지금도 그림을 좋아하지만, 어렸을 때
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그림 공부를 하지 못했습니다. 화가를
동경해서 그런지 일러스트레이션에도 관심이 많았지요. 그러던
중 김향이 작가가 글을 쓰고 유 선생님이 그림을 그린 《나는 쇠
무릎이야》을 보고 유 선생님의 그림이 너무 좋아서 당시 출간
준비하던 《행복한 고물상》의 삽화를 부탁을 했던 것이 우리
인연의 시작이었습니다.
유: 그 후 이철환 선생님이 갖고 계시던 그림책 원고를 제가 대
교출판 측에 제안을 드렸던 것이 계기가 되어 그림책을 출간하
게 되었는데, 그 책이 《송이의 노란 우산》이었지요.
이: 저는 그림책 중 《넉 점 반》, 《나비를 잡는 아버지》와 같은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항상 보고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그림책
은 웬만한 책보다 훨씬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림도 좋
아하고, 각별한 그림책도 있다 보니 저 또한 그림책을 짓고 싶
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유 선생님을 만나면서 ‘그림은 정
말 타고나야 하는 거구나.’라고 느꼈지만, 지금은 내가 짓고 싶
은 책에 유 선생님의 그림이 함께 있어서 대리만족이 됩니다.
유: 그동안 작업을 하면서 많은 글작가들을 만났는데, 이 선생
님의 글에 그림을 그릴 때면 남다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감성
적인 면인데요, 그림을 그리면서도 충분히 감흥에 젖게 만들어
서 논리적으로 그림을 그린다기보다 느낌으로 다가서게 하는 것
입니다. 제가 그림을 그리긴 했지만 《송이의 노란 우산》과 《아
빠의 우산》을 진행하면서 가슴이 울컥하는 순간이 몇 번 있었
습니다. 그런 순간이 참 좋습니다. 왜냐하면 가슴이 울컥해야
그림이 괜찮게 나온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이 선생님과는 코드
가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이: 유 선생님의 그림은 굉장히 서정적입니다. 제 글하고 잘 맞
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어떻게 그려달라는 요구를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무조건 맡겼지요. 너무 잘 푸세요.
김: 글작가와 그림작가가 서로 마음을 맞춰 그림책을 진행하기
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 흔하지 않은 경우인 것 같습니다. 두
분이 함께 작업한 네 권의 그림책은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지요?
이: 네, 어린 시절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했습니다. 초
등학교 때부터 쓴 일기를 버리지 않아서 당시 실제 일어난 일들
에 대한 소스가 좀 있습니다.
김: 《낙타 할아버지는 어디로 갔을까》와 《아빠의 우산》은 같
은 동네의 느낌입니다. 혹시 장소나 주인공이 연결되어 있나요?
혹은 이철환 선생님의 기억 속 장소에 대한 조언을 받으셨나요?
유: 이 선생님도 그렇고 누구에게서도 구체적인 제안을 받은 적
은 없었습니다. 그림은 모두 제 선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두 권의 배경은 제가 한 때 살았던 인천의 산동네가 많이 반
영되었습니다. 당시 한창 예민한 시기였기에 선명한 인상이 있
기도 하고 부족한 부분은 답사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만, 사실
그림책 속의 장소는 어디에도 없는 곳이기도 하고 실제 있는 곳
이기도 하지요.
김: 그렇군요. 사실 이 두 권을 볼 때, 시리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 두 권에 등장하는 배경은 주된 이야기를 위한 존재론적 배
경일 뿐입니다. 또 이런 배경을 통해 가난을 말하고자 했던 것
은 아닙니다. 가난보다는 오히려 ‘진실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
각합니다. 유 선생님은 그 부분을 정확히 꿰뚫고 있어서 저 또
한 이야기를 따라 유 선생님의 그림을 보다보면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김: 두 분이 함께 한 네 권이 모두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사
실 그림책에서 어렵고 힘든 이야기는 일부러 피하려는 경향도
있는데, 독자들에게 어떤 점을 말하고 싶었나요?
유: 개인적으로 그림책은 아이보다 엄마가 먼저 읽게 되는 경우
가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읽어주거나 같이 보는 경우도
있겠지요. 엄마가 밝고, 즐거운 이야기만 읽어주는 것도 좋지만,
저는 우리 책을 통해 세상을 살면서 동정심이 무엇인지, 아름다
운 마음씨는 무엇인지, 친구와 서로 돕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메시지가 엄마를 통해 잘 전달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더 나
아가 그림책은 남녀노소 다 함께 접근할 수 있는 매체라고 생
각했습니다.
또, 인간애란 무엇이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작가의 메시지가 지금 우리 아이들한테도 잘 전달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작업하면서 사명감 같은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이 이야기를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준
비를 많이 하고 시작해야 했고, 한편으로 그림으로 나 또한 무
언가를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습니다. 내가 갖고 있는
그림 스타일을 이 선생님의 글에 매치시킬 수 있는 부분에서 서
로 원하는 만남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유 선생님이 그림으로 제 원고를 진짜 잘 풀어주셨어요. 아
이와 어른 사이에 엉크러져 있는 마음들을 간결하게 잘 표현하
셨어요. 아마 그런 부분이 저를 눈물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저
는 우리 책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믿음’을 심어줄 수 있지 않을
까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의 자전거》에서는 아버지
에 대한 사랑이라기보다 자전거를 훔쳐갔다가 사과와 함께 자
전거를 돌려 주소 간 아저씨를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에게 세상
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다면 책으로써 나름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내면의 힘’을 갖기를
원했습니다. 결국 그건 ‘배려’일텐데요. 아버지가 자전거를 훔쳐
간 아저씨를 못 본 듯이 넘겼던 일이나 《송이의 노란 우산》에
서 할아버지가 흙탕물에 빠진 인형을 꺼내 주었던 일 등 어른과
아이의 마음을 따라가며 설사 아이들이 지금 당장 ‘내면의 힘’
이라는 말을 모른다하더라도 그것의 소중함을 알아낼 수 있겠
구나 싶었습니다.
김: 새로운 그림책도 준비 중이신가요?
이: 유 선생님으로부터 ‘늑대’를 소재로 한 이야기에 대해 써보
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김: 왜 늑대인가요?
유: 지금까지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에 접근하고 싶었습니
다. 개인적으로는 늑대를 그려보고 싶은 욕구도 있고요!
이: 아, 유 선생님의 《줄리와 늑대》의 그림은 기가 막히지요.
유: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일러스트레이터는 나름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기도 하는데, 전 꼭 그렇게만 고집하지는 않습
니다. 가능한 충분히 변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디도 카멜레온인데 적재적소에서 변화할 수 있는 힘을 가
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었죠.
김: 그럼, 그림책은 《송이의 노란 우산》이 처음이었나요?
유: 창작 그림책으로는 처음이었습니다.
김: 그림책 작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순간은 없었나요?
이: 전 늘 좋았습니다. 유 선생님이 그림으로 충분히 표현하고
있는 부분의 글은 언제든지 빼도 좋다고 말씀드렸고, 편집부와
화가의 의견에 따르겠다고 처음부터 말씀을 드리고 시작했지요.
그 뒤로는 그런 이야기조차 꺼내지도 않았어요.
유: 전 《낙타 할아버지는 어디로 갔을까》가 조금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이야기 속 장소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선생님과 의논을 했지요. 장소의 변화는 거의 없지만 읽기에
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림으로 보여주기엔 문제가 있
다, 그래서 눈과 비와 같은 날씨의 변화가 있거나 장면의 줌인
이나 줌아웃 등으로 지루함을 덜어줘야 할 것 같다, 이런 설정
이 원고에 반영되는 부분을 수정해 달라고 말이죠. 늘 어떻게
전체적인 감정을 적절하게 연출할 것인가가 제일 고민이 됩니다.
그리고 그림책의 전체적인 리듬을 맞추는 일은 그림 그리는 사
람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대교출판의 김지영 대리님도 많
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늘 작가를 존중하고 작가에게 어떻게
해야 자부심을 느끼는지 잘 아시는 것 같습니다.
이: 글에 분명 군더더기가 있을 텐데, 김지영 대리님이 잘 잡아
주세요. 그림책에 관해서는 저보다 훨씬 많은 고민을 하신 분이
기에 이의를 제기해 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참 시원시원하게
진행하시는 것 같아요.
김: 편집자의 판단도 중요했군요.
이: 모르는 사람들은 책이 한두 사람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하잖아요.
김: 네 권의 그림책에서 ‘사람의 대한 애정’이 남다르게 느껴집
니다.
이: 《아빠의 우산》은 제 아버지 이야기인데, 뮤지컬로도 만들
어져서 뮤지컬 어워드를 받았습니다. 뮤지컬 공연에 아버지를
모시고 갔었는데, 왠지 나란히 앉으면 안될 것 같아서 일부러 떨
어져 앉았어요. 이 책에서 하이라이트는 비가 오던 날 빗물이 새
는 지붕 위로 아버지가 우산을 쓰고 올라가 온몸으로 비를 막
아내는 장면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이 책을 대표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일부 독자들 가운데에는 ‘그렇게 미련하니 가난
하지.’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건 믿을 수 없다.’고 비
난하던 사람들도 있지만, 전 그것이 실제이기에 눈물이 핑 돌았
습니다.
김: 마지막으로 그림책으로 데뷔를 준비하는 신인 작가들에 대
해 한 마디 씩 부탁드립니다.
유: 전 우리나라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국
상황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요즘 들어 자기 그림책을 만들겠
다며 다소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일러스트
레이터로서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훈련하는 것은 필요한 것 같
고, 충동과 욕심에 의해서 아닌 성숙한 단계에서 창작 그림책
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 제가 했던 오류를 먼저 말씀드리자면, 그림책은 하나의 이
야기를 보여줘도 충분한데, 처음에는 자꾸 여러 가지를 보여주
려고 하다보면 상당히 산만해지더군요. 그것을 벗어나기가 전
참 어려웠어요. 담당 편집자를 통해 배운 중요한 점이기도 했고
요. 그림책을 관심있게 읽는다고 해서 쉽게 얻어지는 것도 아니
더라고요. 명확한 주제 의식이나 소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또, 그림책은 상상력이 집약된 매체입니다. 그
림은 물론이거니와 글에서도 마땅히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상상력이 밖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
닌 내 안에서 시작되는 ‘내러티브의 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
니다. 제 안에 내러티브와 표현의 힘이 없으면 절대 상상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아마 그림책의 원고를 잘 쓸 수 있는 사
람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많은 경험을 한 사람들인 것 같습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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